존재한다면 왜 이토록 침묵하는가? – 신은 존재하는가,

열심히 교회를 다니며 주일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하고 평신도 리더 교육을 받아 교회의 소그룹 리더로 활동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옥한흠 목사가 정년보다 일찍 후임자를 정하고 은퇴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교회 세습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시점에 자녀가 아닌 제3자 목사를 후임 목사로 정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교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후임 목사가 영적 성장보다는 외적 성장을 추구하며 대형 교회를 건축하면서 교회는 갈라졌다.

후임 목사 확장 정책에 반대한 소수의 신자는 교회로부터 철저히 탄압을 받았다.

강남 대형 교회의 권력을 이용해 소송, 가짜뉴스 남발, 교인 간 이간질 등을 통해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에게 고통을 줬다.

당시 소수파 신자들은 하나님의 공정한 심판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기도를 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소수파에 속해 있던 나도 신의 존재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어떻게 대형 교회 담임목사의 전횡과 횡포, 부패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자를 어찌 보겠느냐.

영화 <사일런스>는 일본 가톨릭 신자이자 소설가인 엔도 슈사쿠 원작을 바탕으로 17세기 초 일본의 가톨릭 탄압시기 신의 침묵에 갈등하는 신부의 고통을 그리고 있다.

1600년대 초 일본은 가톨릭을 박해했다.

포르투갈에서 파견된 선교사와 가톨릭 신자들을 찾아내 잔혹한 고문과 신앙을 배반하는 배교 행위를 강요했다.

당시 일본에서 비밀리에 선교활동을 하던 페레이라 신부(림 니슨)는 비참한 박해 상황을 전하는 마지막 편지를 받고 연락이 두절된다.

그리고 그가 배교했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페레이라 신부를 스승으로 삼은 두 젊은 신부 로드리게스와 걸프는 페레이라 신부의 신변 확인과 사라져가는 일본 선교를 돕기 위해 일본으로 몰래 잠입한다.

페레이라 신부 (리암 니슨 역)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루 가필드)와 걸프 신부(아담 슈라이버), 일본에 잠입한 로드리게스와 걸프 신부는 가톨릭 신자인 어촌 천민그룹으로부터 보호를 받지만 그 지역을 지배하는 이노우에 영주의 추적을 받는다.

이노우에 관리들은 어촌 주민들에게 천주교도와 비천주교도를 구별하기 위해 십자가를 땅에 놓고 밟고 지나가는 시험을 치른다.

십자가를 밟고 지나가지 못하는 천주교도는 고문 후 화형, 생매장된다.

깊은 산속에 숨어 있던 로드리게스와 갈페 신부는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헤어진다.

그러나 천민의 보호를 받던 로드리게스 신부는 일본 관리들에게 붙잡히고, 이노우에 영주는 그의 배교를 위해 온갖 협박과 회유를 다한다.

이 같은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기 위해 이노우에는 그의 앞으로 페레이라 신부를 데려온다.

페레이라 신부는 이미 배교를 하고 있었으며 사와노라는 일본인 이름으로 개명해 일본인 아내와 자녀를 두고 있었다.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배교를 설득하는 페레이라 신부 이노우에 영주는 다른 가톨릭 신도의 생명을 위협하면서 로드리게스 신부의 배교를 강요한다.

배교를 하면 그들의 생명을 살려 주겠다는 말에도 굴하지 않는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페레이라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있는가.기도? 고통만 더할 뿐이야나도 기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예수가 여기 있었다면 그들을 위해 배교했을 것이다.

하나님은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가능하다면 이 잔을 제게서 모아 주세요”라고 간절히 기도할 때도 응답하지 않았다.

페레이라 신부는 신자들이 고문을 받고 죽어갈 때 신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말한다.

결국 로드리게스 신부는 다른 신자들을 돕기 위해 십자가를 밟고 지나간다.

배교를 강요하는 이노우에 번주 이노우에 영주는 로드리게스 신부를 회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라는 나무는 일본에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일본 토양에는 맞지 않는 나무죠.

현재 일본의 기독교 신자가 전체 인구수의 1%도 안 되는 것을 보면 이노우에 영주의 말이 맞다.

일본 영주의 탄압을 받는 가톨릭 신자들의 영화 속에서 주인공 로드리게스 신부는 신의 침묵에 갈등하지만 놀랍게도 가톨릭을 믿은 천민들은 신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갈등하지 않는다.

로드리게스 신부가 일본 관리에게 붙잡혀 감옥에 있을 때 함께 있던 천민 신자들이 전혀 겁내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란다.

이에 대해 천민 신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이 우리가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겠다고 했어요. 질병도 고통도 격렬한 노동과 학대도 없는 천국입니다.

이 땅의 삶에 희망이 없었던 천민들은 오히려 사후 천국을 원했다.

그들은 살기보다 기꺼이 죽음, 즉 순교를 선택했다.

현대인인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중세 십자군전쟁 당시 많은 유럽의 하층민이 자발적으로 십자군에 지원했다.

중세 봉건제 시대에 가망이 없던 하층민에게 십자군 참여하면 천국 티켓을 보장해준다는 교황의 말을 믿은 것이다.

이 땅에서의 희망이 없다면 차라리 사후천국이 낫지 않을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유대인들의 영화 <사일런스>는 신의 침묵에 갈등하는 로드리게스 신부의 갈등을 그린 영화이다.

이런 갈등은 로드리게스 신부만의 갈등이 아니다.

성녀로 불리던 테레사 수녀도 끊임없이 신의 존재에 대해 갈등해 왔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수많은 유대인은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600만 유대인이 희생되듯 신은 침묵했다.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만약 존재한다면 왜 이렇게 오랫동안 침묵하는가.

배교한 페레이라 신부와 로드리게스 신부는 나약한 신앙의 존재인지 아니면 무책임한 신의 희생자인지….

앤드루 거필드를 연기 지도하는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 영화 사일런스는 신의 존재와 신앙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무거운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작품이다.

예전에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은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이라는 영화로 기독교계로부터 호된 공격을 받았었다.

영화 <사일런스>도 신의 존재에 관한 질문으로 맹목적 신앙에서 한 걸음 벗어나 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